공덕의 클럽 문화가 단순히 춤추고 흔드는 공간으로만 획일화되는 현상은 매우 유감스럽다. 대다수가 떠들썩한 음악과 화려한 조명에만 집중할 때, 정작 이곳의 내실인 칵테일 바 메뉴는 지나치게 저평가받고 있다. 사실 공덕 내 클럽들이 내놓는 칵테일들은 그저 그런 구색 맞추기용이 아니다. 오히려 주류 업계의 관성적인 트렌드를 거부하는 독특한 시도가 곳곳에서 포착된다. 굳이 비싼 위스키를 베이스로 쓰지 않고도 균형 잡힌 맛을 내는 곳들이 있는데, 이런 실용적인 접근이야말로 이 구역의 진짜 매력이다.
보통 사람들은 시그니처 메뉴라는 말에 현혹되어 무조건 비싼 잔을 고르곤 한다. 그러나 내 분석에 따르면 가장 기본이 되는 하이볼 계열의 배합을 살펴보는 편이 훨씬 생산적이다. 공덕의 클럽들은 얼음의 밀도와 탄산수의 비율을 조정하는 방식에서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달콤한 시럽 범벅인 음료를 찾는다면 애초에 다른 곳을 가야 할 것이다. 이곳의 바텐더들은 최대한 단맛을 억제하고 술 본연의 알코올감이 혀끝에 머물게 하는 방식을 선호하는데, 이는 취하기 위해서 술을 마시는 대중의 심리를 정확히 역이용하는 전략이다.
나는 이곳들의 메뉴판을 훑어볼 때마다 평점을 매기곤 하는데, 꽤나 까다로운 편이다. 유행하는 유자나 베리류를 잔뜩 섞어 화려하게 내놓는 집들은 점수를 깎는다. 그런 건 집에서도 만들 수 있지 않나. 반면 독주를 활용해 강렬한 뒷맛을 남기거나, 허브의 향을 입혀 칵테일의 구조를 복잡하게 비트는 곳들이라면 점수를 후하게 줄 만하다. 공덕의 클럽이 단순히 소란스러운 곳으로만 남지 않으려면 이런 식의 미식 지향적인 메뉴 개발이 더 늘어나야 한다. 평범함을 거부하는 이들이라면 이 메뉴들의 숨은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즐거움의 핵심일 것이다.
결국 술은 분위기가 아니라 액체의 맛으로 증명하는 법이다. 남들이 이 구역 클럽의 음악 선곡이나 조명 밝기를 논할 때, 나는 바 테이블에 앉아 셰이커가 흔들리는 리듬과 잔 속에 담긴 투명도의 농도를 관찰한다. 정형화된 레시피를 따르지 않는 바텐더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은 꽤 흥미로운 지점이다. 메뉴의 가격은 고정되어 있을지 몰라도 그 안에서 추출되는 맛의 깊이는 언제나 유동적이다. 그러니 다음 방문에는 화려한 조명을 잠시 뒤로하고, 메뉴판 구석에 적힌 이름 모를 칵테일 하나를 골라잡아 보길 권한다.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경험이 될지도 모른다. 물론 사람마다 취향은 다르겠지만, 적어도 술을 좀 아는 이들이라면 이 분석이 그리 틀린 말은 아니라는 걸 금방 알아챌 것이다.